◎ 대장간 풍경 ◎
- 시 : 돌샘 이길옥 -
초등학교 문턱을 채 넘지 못하고
곧바로 풀무 손잡이에 때를 묻히기 시작한
손 씨
대를 이은 쇠망치질 오십 년에 얻은
장인이란 글자가 손에 옹이로 박혀있다.
세월의 더께만큼
옹이가 두꺼워지고
두꺼워진 옹이의 꺼풀 틈새에
둥지를 튼 가난이
풀무질로 달궈진 숯불에도
뻔뻔한 사지를 드러내고 꼿꼿이 서서
손 씨의 속을 긁는다.
비가 내리는 장날
손님 뚝 끊긴 대장간 구석엔
장인 손 씨의 풀무질로 데워지고
쇠망치로 작신 두들겨 맞은 뒤
제 모습 하나 얻어걸린 연장들이
손 씨의 애처로운 눈빛에 찔려
죄스러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