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피(脫皮)
글 / 美風 김영국
비바람이 불어오고 비가 퍼부을 기세다
모순의 잡다한 때를 씻어내기 위해
빈 동공 속에서
벼락이 내리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껍데기 속의 초라한 허울만이
내리는 빗줄기에 대항이라도 하듯
가증의 우산을 받쳐 들고 있다
햇살은 보일 기미도 없다
비는 빛을 비웃으며
시커먼 먹구름을 동반하여
더 세차게 뿌려댄다
세찬 빗줄기에 굳어 있던 땅도 파헤쳐지고
몸을 숨기던 매미의 번데기는
원망하듯 제 몸을 드러내고 말았다
탈피(脫皮)도 못 한 채 갈색의 벌거숭이를 말이다
화려함의 날갯짓도 못 하고
뽐내듯 울어 보지도 못하고
본연의 모습을 뒤로한 체
그렇게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비는 그칠 것이다
다시 햇살은 내비칠 것이고
땅은 제 모습을 찾을 것이다
또 한 매미의 번데기도 제 몸을 숨길 것이다
그 한 번의 울음을 위해서
언젠가는 탈피(脫皮)할 것이다
모순의 잡다한 때를 씻어내고
허울의 껍데기를 벗어 던지고
가증의 우산을 접어
밝은 햇살을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