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다행이다 /黃雅羅
언제까지나 청춘일 줄 알았다
그런데
몸안에 세월이 쌓여갈수록
뒤를 돌아보는 횟수가 잦아졌다
한때는
꽃이 나를 위해 피는 즐 알았고
계절이 나를 위해 찾아오는 줄 알았다
속내를 감춘 채 웃기도 울기도 했고
손을 잡아주기도 손을 놓아버리기도 했다
소리 없이 눈이 내리는 날
눈 위를 뛰고 뒹굴며 기뻐도 했고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그리움에 눈물도 흘렸다
숱하게 널려있는
지난 세월의 내 발자국들
돌아보니 황혼빛으로 곱게 물이 들었다
굽이굽이 넘어온 굴곡의 세월
여기까지 온 게 어딘가
참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아직 저녁노을이
서산마루에 붉게 남아 있으니- /靜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