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 김순자
칠월 뜨거운 열기로
바람길도 잠시 길을 잃었나
바람 한 점 없는 여름 한나절
나무 풀잎도 힘을 잃은 채
여름은 느릿느릿 흘러가지만
어느 날 불어주는 바람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늘 변함없이 흘러가는
창밖 세상 속으로
이제는 한걸음 한걸음
조금씩 걸음을 놓이고 싶다
긴 시간 마음과는 다르게
조금은 지루한 공간 속에
나를 잃어가고 지쳐가게 하지만
어느 날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처럼
그 바람을 느끼고
그 바람 속에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