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우체통앞에서/김사랑
오늘은 네게
편지를 부친다
빨간 우체통엔
그리운 편지대신
단풍잎이 가득하다
바람소리에 섞인
풀씨 떨어지는 소리가
가을 햇살에 끌려 나온다
낙엽은 세상 아래로 지고
너에게로 가는 길도 지워져
이젠 보이지 않는다
강아지풀을 따서
손바닥에 올려 놓고 흔들면
그리움이 따라온다
기다림의 시간은
낙엽아래로 깔린다
무성했던 은행나무가
바람에 옷을 벗고나면
세월의 흔적만 남은 육신
쓸쓸히 나이테 하나 세기면
고요한 가슴에 이는 바람
파문을 일으키는 은행잎은
누구의 편지였던가
누구의 엽서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