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목의 노래 / 박고은
무성하던 잎사귀
낙엽으로 보낸 뒤 발가벗고
삭풍의 매질을 견디는 나목,
알몸 가릴 부끄러움도
숨겨 지닐 낙도 없는 의지
휘몰아치는 설한 속에
수액마저 얼어붙은 목숨,
빈가지 마디마디 맺힌 옹이
처절한 고독을 침묵으로 달래며
푸름의 잎새 빛나던 보람
허무로 상실한 절망 앞에
인종으로 깨치는 그 가슴속에는
새벽종 같은 간절한 염원
보기만 해도 못내 대견하다
세상의 마지막 종언인 양
뼛속까지 저미는 삼동
그늘진 비탈을 홀로 지킨 채
깊은 고절의 나이테를 먹으며
또다시 새순을 피우려는
파란 숨결이 서린
눈부신 이상을 꿈꾸며
꽃망울 부풀 찬란한 봄노래
뜨거운 눈물로써 부르고 있다
*
'글방 > # 시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배 연기에 긴 한숨을 (0) | 2021.12.08 |
---|---|
눈물비로 젖은 낙엽 (0) | 2021.12.08 |
첫눈이 오면 (0) | 2021.12.07 |
내마음의 빈터 (0) | 2021.12.07 |
겨울 길목에 서서 / 藝香 도지현 (0) | 2021.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