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끝났지만 이별은 아직 오지 않았네... 황경신
만약 '자연'이라는 것을 어떤 인간이라고 본다면,
그 인간은 맺고 끊음이
분명하지 않은 성격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자연에는 순리라는 것이 있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으며
모든 것이 시간의 지배하에 놓인다.
그러나 하나가 완전히 끝난 후 둘이 오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여름이 채 지나가기 전에 가을이 와서,
그 둘은 한동안 공존한다.
'공존'이라는 말은 무척 평화롭게 들리지만,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투쟁'이기도 하다.
계절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
그래서 환절기만 되면 마음이 어수선해지고
몸까지 불편해지는 사람들은
그런 자연의 투쟁을 자신도 모르게 감지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사랑과 이별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하나의 사랑에 빠져 있을 때
불현듯 기대하지도 않았던
다른 사랑이 찾아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사랑이 미처 시작되기도 전에
이별이 와서 자기의 자리를 확보하기도 한다.
이별이라는 것이 얌전하게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가,
사랑이 완전히 가버린 후에 찾아오는 것이라면,
인생이 한결 견디기 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별은 사랑이 끝나기 전에 찾아오기도 하고,
사랑이 끝난 후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고서야 찾아오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과 이별이 공존하거나
혹은 둘 다 자리를 비운 그 시간 동안,
마음을 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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