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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길이 되어가는 것

by Danpung ! 2022. 1. 12.


          서로가 길이 되어가는 것 - 박노해

           
          올곱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른 길 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면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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