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방/# 시의 세계***

아버지

by Danpung ! 2022. 2. 23.

아버지
                     마루 박재성
개울에 얼음이 얼면
넓은 나무를 자르고
굵은 철사를 붙여
썰매를 만들고
아들을 썰매에 앉히고는
미끄러운 얼음판을 조심조심
밀어주고
끌어주고
넘어지면 일으켜 앉혀주시며
차가운 바람을 헤치며
미끄러져 가는 그 빠르기
그 미끄럼의 흔들림에
가슴 신났던 순간에
내 아버지는 뒤에 계셨습니다
사회라는 싸늘한 세상에서
일을 풀어나가고
사람과의 유대를 맺고
삶의 어려움을 헤쳐가는 
내 뒤에는
아버지의 그 손길이 늘 있었습니다
병상에 누워 계시며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앉혀주고
밀어주고
끌어주시던 
그 손길을 접으려 하시는 아버지
차마
그 손길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옆에서 제 손을 잡아주세요
아버지만큼
내 삶에 당당해질 때까지만이라도

'글방 > # 시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  (0) 2022.02.23
당신이 옆에만 있어준다면  (0) 2022.02.23
봄 봄 봄  (0) 2022.02.22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0) 2022.02.22
시작은 희망입니다  (0) 202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