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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 시의 세계***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by Danpung ! 2022. 8. 26.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 김진학

 
길가에 차례없이 어우러진 풀잎들 위에
새벽녘에 몰래 내린 이슬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선풍기를 돌려도 겨우 잠들 수 있었던
짧은 여름 밤의 못다한 이야기가 저리도 많은데
아침이면 창문을 닫아야 하는
선선한 바람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숨이 막히던 더위와
세상의 끝날 이라도 될 것 같던
그리도 쉼 없이 퍼붓던 소나기에
다시는 가을 같은 것은 없을 줄 알았는데
밤인 줄도 모르고 처량하게 울어대는
가로수의 매미소리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상큼하게 높아진 하늘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이왕 묻어온 가을이라면
촛불 밝히고 밤새 읽을 한 권의 책과
눈빛으로 마주해도 마음 읽어 낼 열무김치에
된장찌개 넣어 비벼먹어도 행복한
그리운 사람이 함께 할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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