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숭아 꽃물
달빛의 전설을 믿던 유리빛 시절
맑은 물속의 피라미 한 마리만 잡아줘도
바위틈에 수줍게 숨은 가재 한 마리만 잡아줘도
시린 가을 날 하늘 날으는 잠자리 잡아줘도
목젖까지 드러내며 좋아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예쁜 연필 한 자루만 생겨도 뛰어가서 주고 싶었고
향기 좋은 지우개만 있어도
그 아이 희고 작은 손에 쥐어주고 싶었습니다.
누가 그 아이 놀려서 울기라도 하면
뛰어가 울린 아이를 때려 주었습니다.
서서히 그 아이의 웃음을 위해
나는 인형이 되어 갔습니다.
내 유년의 뜨락의 빗장을 열면 소풍보다도,
가을운동회 보다도 소중했던 아이,...
어느 여름 날 달이 흐르는 강가에 앉아
그 아이 내게 손톱에 곱게 물든 봉숭아 꽃물을 보여주며
달빛 아래 붉게 물든 손톱보다도
더 붉어지던 얼굴이 지금도 아련합니다.
풀꽃 반지 곱게 엮어 눈부신 손가락에 끼워주고
예쁜 꽃잎 가느런 목에 걸어주면
동화 속 공주가 되어 내 가슴 두드리던 아이
그 아이 알고부터는 딱지치기니 구슬치기니 따위는
더 이상 내게 기쁨이 되지 않았습니다.
내 책상 서랍 안에 소중히 여기던 것 하나 하나가
서서히 그 아이의 것이 되었습니다.
하나 둘 계절을 지워갈 때
서서히 가을님이 야위어만 갔습니다.
첫 눈이 소복히 내리는 날
달이 흐르는 강가에서 우리는 만났습니다.
늦 여름 보름달처럼 붉게 물들었던
봉숭아 꽃물이 손톱 끝에 초승달의 얼굴이 되어
수줍게 미소지었습니다.
눈이 내리는 강가에서 우리는 말이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뺨에 살짝 입맞춤을 남긴 채 떠나가던 아이,
열 세살 내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아이,
내게 사랑의 시간을 영원히 빼앗아간 아이,
많은 시간이 흐른 후 그 아이의 모습은 내게 있어
늘 사무치는 그리움입니다.
알 수 없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후 풀꽃반지를 끼워줘도
꽃잎 곱게 엮어 목에 걸어줘도
여자들은 한 개도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어린 시절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던 것 하나 하나가
아무에게도 기쁨을 줄 수 없는 것이 된 것에 대해,...
나는 바보인가 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바보인가 봅니다.
사랑이 그리운 날에는 언제나
달이 흐르는 강가에 서있는 나는 바보입니다.
눈이 내리는 강가에서 우리는 말이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뺨에 살짝 입맞춤을 남긴 채 떠나가던 아이,
열 세살 내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아이,
내게 사랑의 시간을 영원히 빼앗아 간 아이,
많은 시간이 흐른 후 그 아이의 모습은 내게 있어
늘 사무치는 그리움입니다.
-글쓴이 / 장시하-
늘 건강, 사랑, 행복 가득한 나날 되시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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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후원 ♧
*농협 204-02-469122 장희철*
4년 2월쯤(2008년 9월 16일~현재 투병중),
뇌경색으로 쓰러져 왼쪽 팔다리 마비와 언어장애,
쓰기장애가 있는 가운데 투병 중!
꼭 재활에 성공하여 아름다운 글을 쓰고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 되도록...
(필명) 장시하 시인(본명 장희철)에게 응원을 보내주세요.
11월 4일 주일날,물빛 고운 춘천에서...
장시하 올림.
현재 투병 중! 뇌병변장애 2급(장애2급),기초수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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