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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 시의 세계***

나 어쩌다 여기까지 와 버렸네

by Danpung ! 2010. 10. 23.

 

 

 

나 어쩌다 여기까지 와 버렸네

 

이룻/이정님

 

 

 

퐁당퐁당하늘여울

가끔 길을 잃고 싶은 때 있지

낮익은 풍경이 실증나

길에서 비껴서고 싶던 때가 있었어

 

간장을 녹이는 애절한 노래 피해

칭칭 감긴 운명의 사슬을 끊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 은밀한 곳에

웅크려 앉아 무심히 보낸

세월 한 가닥씩 헤아리며

 

태어날 적 고고하던 내 울음도 만저보고

기쁨속의 슬픔을 

슬픔속의 위안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구슬처럼 굴리다가

익명으로 지는시간

 

아! 네 시간도 내 시간도 아닌

다만 이렇게 지는 시간을

깨금발로 폴짝 뛰어 건너보며

자유롭고 싶었는데

 

나 어쩌다 여기까지 와 버렸네

평생 날 섬기느라 함께 늙은

내 그림자 데리고

더 갈곳 마땅치 않은 종점 가까이

허름한 소복 한 벌 걸치고

오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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