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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 감동있는 글***

깨물어 더 아픈 손가락-젖값

by Danpung ! 2013. 9. 23.
    깨물어 더 아픈 손가락-젖값-./김풍배 사람들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말할 때 엄마는 더 아픈 손가락이 있다고 우겼습니다 엄마가 가지고 있던 모든 걸 내려놓을 때 나를 따로 불러 젖값을 주기 전 까지는 더 아픈 손가락이 나 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나무 장사 십 이년 두부 장사 십 년 우리 엄마 생의 이력입니다 솔방울 두 가마니 때로는 연목가래 세 자루씩 머리에 이고 삼십 리 새벽 길 걸어 홍성 장에 내다 팔아 우리 칠 남매 목숨 이어갈 때 엄마는 사람이 아니고 우마차였습니다 나무하러 산에 갈 때나 새벽 장에 갈 때 젖먹이 어린 나를 언니에게 맡기면서 보리 뜨물 한 수저씩 떠먹여라 어린 언니는 울 기력조차 없어 축 늘어진 나를 등에 업은 채 정신없이 놀다 보니 해는 지고 집에 오신 엄마는 퉁퉁 불은 젖을 물리고 그 젖을 먹은 나는 늘 설사를 했습니다 쇠꼬챙이 같은 나를 보고 사람들은 사람 구실 못 할 거라 했습니다 어느 날 동네 어른이 내 손가락을 쳐다보고 소리쳤다지요 이 아이 엄지가 없어! 엄마 젖인 줄 알고 손가락을 빨아대니 엄지가 닳아 없어졌지요 그 후로 엄마는 나를 등에 업고 산에 가고 장으로 다녔습니다 엄마 허리는... 엄마 허리는... 난 엄마의 가슴에 모래알갱이처럼 들어박혀 평생 욱신거리게 했나 봅니다 젖배 골린 게 얼마나 한이 되었으면 마지막 가시는 마당에 젖값이라도 주고 싶으셨을까요? 젖값을 받아놓고 하늘이 무너지라 울었습니다 땅이 꺼지라 울었습니다 세상에 젖값이라니... 바닷가에 앉아 엄마를 생각합니다 엄마 사랑이 색갈이 있다면 저 바닷물처럼 검푸르겠지요 엄마 사랑이 모양이 있다면 저 바다만큼 깊고 넓겠지요 엄마!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