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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 시의 세계***

[[정정리 시인]] 젖은 낙엽

by Danpung ! 2010. 11. 8.


젖은 낙엽 
    정정리
차창에 딱 달라붙어 웽 달려도
떨어지지 않고
신발에 척 들어붙어 툭 털어도
꼼짝달싹 않고
밞아도 불어도 눌어붙으니
나하고 무슨 할말이 있나
언제는 그냥 둬도
제풀에 바스락바스락 날아서  
길가에 우르르 모여 있더니
그 깐 소슬바람 헤살에 
휑하니 쓰레질 당하다니,
차라리
울긋불긋 단풍 앓을 때가 좋았어라   
커피 향 솔솔 풍기던 때가 좋았어라
빛 좋은 자리 박차고 추풍낙엽 신세로 
빗물에 발목 잡힌 바람둥이야, 
 


    젖은 낙엽 / 정정리 슬프다 방바닥에 모로 엎어져 꼬집어도 꿈틀하지 않고 쇼파에 비스듬히 제키고 리모콘만 꾹 쥐고 있으니 언제는 애원 애원 붙잡아도 한사코 뿌리치고 초상집이다, 개업집이다 거짓말 핑계 대고 떼거리 몰려다니더니 차라리 폼잡고 거들먹거릴 때가 더 좋았네 불뚝성 엎어 잡기가 나으면 나았지 비 맞은 잎사귀처럼 늘그막에 옆에 딱 붙어있으려는 남자야, 앞산 팔랑개비 갈잎들이 커피 향 솔솔 피우며 나오라는데 맥없이 집에 죽치고 있지 말고 밖으로 좀 나가보소, 방구석에 박제될까 겁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