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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올 것 같은 날에 - 안희선 / 낭송 전향미

by Danpung ! 2014. 1. 21.
    눈이 올 것 같은 날에 - 안희선 / 낭송 전향미 차가운 바람은 멀리서 보내 온 세월의 소식인 양, 그리운 가슴마다 봉긋이 차오르는 외마디 말이 되고 허공에서 속삭이는 귀 설은 흰빛 언어들은 지금이라도 금방 하얀 눈처럼 뿌릴 것 같은 날입니다. 외로운 나의 가슴에 오늘 그렇게 하얀 눈이 쌓인다면, 나는 문득 홀로 조용히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주 소박한 곡조(曲調)로, 비록 그것이 단조로운 멜로디일지라도, 세상살이로 차갑게 얼어붙은 이 마음에 따뜻한 숨을 불어 녹일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저무는 한 해의 모서리에서, 입벌린 가슴의 허헛한 상처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또 하나의 뻔뻔한 나이테를 그립니다. 우르르 달려드는 바람이 차갑습니다. 지나간, 또는 지나가고 있는, 혹은 앞으로 닥쳐올 것들을 위해, 차라리 이 스산한 계절을 뜨겁게 호흡하고 싶습니다. 아직도 세상을 몰라, 지금껏 그렇게 사랑의 꿈을 보듬습니다. 오늘 눈이 내린다면, 눈감고 오직 고요한 풍경을 그려 보렵니다. 이따금 멀리에서 아이들의 썰매타는 소리 들리고, 눈 덮힌 언덕엔 온순한 노루의 조용한 고개짓. 그런 풍경을 눈쌓인 가슴에 그리며 세월로 빛바랜 마음이지만, 차가운 세상 속에 따뜻한 삶이 담겨진 현재의 무게를 재 보렵니다. 당신을 생각하는 날, 눈이 올 것 같은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