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의 어느 날 / 청초이 보 숙
눈이 오려나 봐
밖이 여전히 어둔 걸 보니
먼 남쪽 바닷가 거리에서
따뜻한 햇볕을 오려다가
방을 환하게 밝혀야겠어
하얀 찻잔의 깊이와
물의 부피를 가늠하며
한잔의 찻물을 올려놓고
긴 몽상 위를 헤매다 보면
아득하게 긴 길 끝이 보여
그곳에는 언제나 네가 있지
어두운 유리창에
후우후 입김을 불어
네 이름을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는 12월의 어느 날
완행열차처럼 더디 가는 하루
마당 가득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2015.12.1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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