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비 ... 이정하
오랜 가뭄 속에서도 메말라 죽지 않은 것은
바로 너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수많은 나뭇가지와 잎새를 떨궈내면서도
근근히 목숨줄을 이어가는 것은
언젠가 네가 반드시 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대여,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가.
껍데기가 벗겨지고 목줄기가 타는 불볕 속에서도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하나도 가시지 않은 나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이 자리에 서 있다.
먼발치에서 ... 이정하
당신을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굳이 당신에게 물어볼 건 없지만
나 혼자서 당신을 사랑하고,
나 혼자서 행복해 하고,
나 혼자서 아파하고 그리워하면 그뿐이겠지만
내 허전한 마음이 당신에게 물어보라는군요.
당신을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당신이 허락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당신을 이미 사랑하는 나는
당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당신을 만났다가
하루에도 수백 번씩 당신과 이별하곤 합니다.
당신의 대답도 있기 전에
벌써 당신을 사랑하고 만 나를 용서해 주세요.
행여 당신에게 짐이 되진 않을까,
내 성급하고 서툰 사랑에 당신이 곤란하지는 않을까
늘 걱정스럽긴 해도 그것만 허락해 주세요.
당신을 사랑하게만,
당신을 내 마음에 간직하게만.
당신을 사랑합니다.
비록 가까이 있진 않지만
설혹 당신이 모르고 있다 할지라도
나는 사랑하겠습니다.
이 세상 수많은 사람 중 바로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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