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의 보름 밥상 / 청초이 보 숙
뜰 앞에 서면 들판이
한 폭의 풍경화가 되던 집
그 안에서 다섯 형제 올망졸망
힘겹지만 아름답게 살던 시절
음식 솜씨가 뛰어난 어머니는
첫봄부터 늦가을까지 텃밭에서
가지각색의 나물을 준비했다가
대보름 찬으로 밥상에 올렸는데
난 호박 꽂이 볶음이 최고였다
어머니는 큰 시루에 밥을 쪄
시루채 작은 방에 두어 수시로
생쥐처럼 드나들며 밥을 먹었던
창이 밝으면 귀밝이 술을 마시고
친구에게 안부 묻듯 더위 팔러 갔던
그리고 다시 밥을 먹었던 기억
그립고 따뜻한 어머니의 보름 밥상
풍경화처럼 오래 기억하며 살고 싶다
풍경이 지워져 가는 황혼 무렵에도.
20.02.08.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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