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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 시의 세계***

그래, 꽃이 되거라

by Danpung ! 2022. 4. 19.
여수 영취산의 진달래 / 수출품 촬영 / 포토ノ풍경이미지 방(15381)에서 /
아리랑(Arirang)
New York Philharmonic live in Pyongyang, North Korea - Part 16/17 "Arirang"


그래, 꽃이 되거라

무애자無碍者(서재남)

그 동지섣달 눈보라 칼바람 속 이불 봇짐 이고지고 어린 새끼들 업고 걸리고 저 간도 땅으로 동북만주 벌판으로 하바롭스크 항으로 독립군 남편 따라 쫓기우며 떠돌던 아낙들 일본 놈들 총칼에 꽃다운 청춘 능멸 당하며 저 동지나해로 사할린으로 짐승처럼 끌려 다니다 종내는 어두운 동굴에 갇혀 생목숨마저 앗기고 만 우리의 딸들 천대와 억압에 신음하던 민초들 희망이라곤 없는 칠흑의 어둠 속에서 그토록 울며 갈망하던 참 자유, 참 평등세상 압제자와 배역의 무리들에게 무참히 짓밟혀 온 불쌍한 역사 맞아 죽고 찔려 죽고 견디다 견디다 못해 더러는 당산 느티나무에 덜컥 목매달아 가버리고 둠벙에 풍덩 빠져 죽고 그리 버려지듯 쓰러져 누운 땅, 이 강산 아, 이 혼령들아! 이놈의 땅 무엇을 못 잊어 아직껏 떠나지 못하고 철따라 꽃으로 피느냐 설악의 복수초야 피아골의 진달래야 무등의 쑥부쟁이 남도 오름의 유채꽃아 그래라 그래 그러면 꽃이라도 되거라 저 배역자들은 물론이고 더 간교해진 저들의 자식들 뼈까지도 암말 않고 따뜻이 감싸 안는 저 백두대간 어머니 품 속 손톱 만한 땅 어디라도 뿌리내릴 수 있다면 그리 해야지 비탈이든 계곡이든 능선이든 피멍든 가슴 핏빛 恨 앙 다물고 붉다 못해 파랗고 하얗게 꽃의 모습으로 다시 피거라 나라가 바뀌고 지배자는 바뀌어도 아무리 뽑아내고 진수렁 속에 처박아도 그 자리에 다시 뿌리 내리고 뽑혀도 결코 다 뽑히지 말거라

아리랑 환상곡
[국립국악관현악단] - 지휘 임헌정, 작곡 최성환/
[National Orchestra of Korea(NOK)] Arirang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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