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잊으려면/ 유유희
그대를 잊으려면
대숲을 건너오는 거친 숨소리
틈새 바람에 문풍지 파닥이고
내 마음의 심지가 다 타버려도
사그라들지 않는 촛불이어야 한다
그대를 잊으려면
사랑의 뜨거움이 정수리 위로 빠져
그 속을 애타는 그리움으로 채우고
가끔은 사금파리 깨진 날처럼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을 견뎌야 한다
그대를 잊으려면
이른 새벽녘 흰 눈밭에
점점이 흩은 발자국들
눈 쌓이고 추운데 맨발로 눈 위에서
떨고 있는 못난이가 되어야 한다
그대를 잊으려면
횟감으로 도마 위에 오른
물고기의 지독한 숙명 그렇게
모진 수모와 고통을 겪어도
나 살아 있어야 한다
정녕, 나 살아내야 한다
그러할진대
그댈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사랑이 아니면
그대가 아니고서야
뉘라서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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