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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 시의 세계***

그대를 잊으려면

by Danpung ! 2022. 6. 13.

 

그대를 잊으려면/ 유유희

 

 

 

그대를 잊으려면

대숲을 건너오는 거친 숨소리

틈새 바람에 문풍지 파닥이고

내 마음의 심지가 다 타버려도

사그라들지 않는 촛불이어야 한다

 

 

 

 

그대를 잊으려면

사랑의 뜨거움이 정수리 위로 빠져

그 속을 애타는 그리움으로 채우고

가끔은 사금파리 깨진 날처럼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을 견뎌야 한다

 

 

그대를 잊으려면

이른 새벽녘 흰 눈밭에

점점이 흩은 발자국들

눈 쌓이고 추운데 맨발로 눈 위에서

떨고 있는 못난이가 되어야 한다

 

 

 

 

그대를 잊으려면

횟감으로 도마 위에 오른

물고기의 지독한 숙명 그렇게

모진 수모와 고통을 겪어도

나 살아 있어야 한다

정녕, 나 살아내야 한다

 

그러할진대

그댈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사랑이 아니면

그대가 아니고서야

뉘라서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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