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연정(戀情)/ 유유희
담쟁이 넝쿨보다
더 휘감는 몸으로
긴 담장을 타고 올라
애타는 가슴 풀어헤치며
한 올 한 올 꽃가지마다
붉은 속살 드러내는
절세의 미인 능소화
예쁘다 예쁘다
너, 참 예쁘다
임의 미소는 말한다
예쁘면 무엇하랴
그대 떠나가고 나면
한갓 지고 말 것인데
억겁의 시간을 거슬러
못다 이룬 임과의 사랑은
망울망울 눈물꽃을 피웠나니
눈물인들 무슨 소용이랴
임 떠난 자리에
한낱 지는 꽃인 것을
정녕 그리움으로 뚝 뚝 뚝
붉은 꽃 핀 채로 투신하는
저 고운 것들은 독하기도 하더라
무릇 연모(戀慕)란 저리도 간절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