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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 시의 세계***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by Danpung ! 2022. 12. 2.

◈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도종환= ◈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어둠 속에서 어깨를 떨며 있을 때 다시는 죄짓지 말라고 말없이 다독여주시던 손길을 잊고 눈물을 멈출 수 없어 부끄럽게 돌아앉아 있을 때 가까이 와 낮은 소리로 일으켜주시던 말씀을 잊고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아니다. 아니다 하면서 헛된 이름을 팔며 보이지 않게 허물을 늘려가는 하루 또 하루 지킬 수 없는 말들을 하며 욕되게 사는 삶 팔아 양식을 벌고 욕되게 쓰는 글 팔아 목숨을 이어가는 차마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돌아가자 돌아가자고 두 줄의 시를 쓰다 때묻어 궁글며 한 줄의 시를 더 잊어버리는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잠자리를 펴고 누웠다가도 문득문득 소스라쳐 눈이 떠지곤 하는 하루 또 하루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