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무릎
백홍 이사빈
아스라이 멀어져간 기억저편
아버지의 무릎은 작은 놀이터였지
그곳에서 우리는 너나없이
행복한 왕자였고 어여쁜 공주였어.
우리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는 채
무릎에 올라앉아 즐겁게 뛰어놀며 아름다운 꿈을 꾸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자상한 얼굴에는 늘 웃음이 가득했기에
영원히 함께할 것 같았지만
무언지 알 수 없는 매캐한 냄새에 초라한 모습으로
더 이상 우리를 이해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사실 더 많이 이해하고 더 깊이 사랑하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곁에 가지 않았지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버리고
내 여자 찾아 내 남자 찾아 아버지 곁을 떠나버렸어
그리고 다신 아버지를 찾지 않았지
아버지는 그리워도
그립다 말하지 않고 언제나 인자한 모습으로 지켜만 보았지
그러는 동안 내 무릎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고
아이들이 커가므로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 멀리멀리 떠나
더 이상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줄 수 없음을 알았을 때
그리운 마음으로 아버지를 찾아보았지만
가슴속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겨두고 먼 길을 떠나셨지
이제와 후회하고 아픔의 눈물 흘리며
아버지, 아버지 불러보아도
차마 입 밖으로 부를 수 없는 이름이 되어버린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못다 부른 내 아버지…….
-땅끝동네 야불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