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엽에 쓰는 편지 *

* 낙엽에 쓰는 편지 * 
               - 최홍윤 

 
나는 
그대 사는 모습이 한 번은 보고 싶어 
억새꽃 하얀 물결 치는 산등성이에 올라 
그대 손바닥만 한, 서리 맞은 낙엽에다
편지를 씁니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낙엽 지는 일상의 삶이 
매우 사소한 것 같으나
젊은 날의 사소함이 누적되어 병이 된 양
그대 그리움이 살갗에 스며들다
내 속눈썹도 적십니다
이러다가 
첫눈이라도 내리면 
그대도 내 사는 꼴이 보고 싶어지겠지요.
이것은 해가 뜨고 날이 저무는
저기 저 다람쥐 숨바꼭질처럼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자칫 목전(目前)에 올
이별이 두렵고 서러워서 
내 진실하고도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저무는 날에 띄우려고
그대 살가움에,
나는 오늘
낙엽에다 편지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