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꽃
詩/ 이영희
날 꽃이라 부르지 말아다오
척박한 숲에서 깡마른 육신으로
가을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지친 세월 이였어.
갈잎같이 황홀하게 지고 싶어
보랏빛 꿈을 피워 올렸건만
스산한 바람 속으로
분신이 여물어 가는 소리에
나 하고 싶은 언어를 잃어 버렸어
툭 털어내는 치맛자락에
올망졸망 매달려 옹알거리는
가을을 먹은 영혼들이
흙으로 뿌리를 내리면
나 실없는 욕심 버리고
모두 떠나버린 앙상한 한 몸
초로의 노인 손아귀에 쥐어져
마당 넓은 뒤란에서
꽃이 되고 싶은 꿈을 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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