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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 시의 세계***

싸리꽃

by Danpung ! 2010. 11. 4.

 

 

싸리꽃


詩/ 이영희


날 꽃이라 부르지 말아다오

척박한 숲에서 깡마른 육신으로

가을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지친 세월 이였어.


갈잎같이 황홀하게 지고 싶어

보랏빛 꿈을 피워 올렸건만

스산한 바람 속으로

분신이 여물어 가는 소리에

나 하고 싶은 언어를 잃어 버렸어


툭 털어내는 치맛자락에

올망졸망 매달려 옹알거리는

가을을 먹은 영혼들이

흙으로 뿌리를 내리면


나 실없는 욕심 버리고

모두 떠나버린 앙상한 한 몸

초로의 노인 손아귀에 쥐어져

마당 넓은 뒤란에서 

꽃이 되고 싶은 꿈을  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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