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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부엌 노래

by Danpung ! 2011. 1. 22.

* 작은 부엌 노래 * 
               문정희
 
부엌에서는 
언제나 술 괴는 냄새가 나요. 
한 여자의 
젊음이 삭아가는 냄새 
한 여자의 설움이 
찌개를 끓이고 
한 여자의 애모가 
간을 맡추는 냄새 
부엌에서는 
언제나 바삭바삭 무언가 
타는 소리가 나요. 
세상이 열린 이래 
똑같은 하늘 아래 선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큰방에서 큰소리 치고 
한 사람은 
종신 동침계약자, 외눈박이 하녀로 
부엌에 서서 
뜨거운 촛농을 제 발등에 붓는 소리. 
부엌에서는 한 여자의 피가 삭은 
빙초산 냄새가 나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르겠어요. 
촛불과 같이 
나를 태워 너를 밝히는 
저 천형의 덜미를 푸는 
소름끼치는 마고할멈의 도마 소리가 
똑똑히 들려요. 
수줍은 새악시가 홀로 
허물 벗는 소리가 들려와요. 
우리 부엌에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