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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참봉 조선동네

by Danpung ! 2011. 1. 24.

송참봉 조선동네
                                                              野客/송국회
들머리 나지막한 언덕배기를 넘어가면
우리 선조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듯한
서른 채 남짓한 흙 토담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웅크리고 있는 월송동 마을
세월이 거꾸로 돌아가 버린 걸까.
100년 전으로 시계를 맞춰 놓은 것일까.
까맣게 잊어버린 어린 날의 기억처럼
전래동화 속 숨은 삽화가 툭 튀어나온듯한 풍경에
탕건까지 챙겨 쓴 송참봉 어른이
숨바우네 집 앞에서 그림자를 벗 삼아
주변 경관을 느긋하게 즐기며
찾는 이에게 인사와 더불어 안부를 묻는다.
콩기름 냄새가 풍기는 구들방의 따뜻함
군불로 지핀 아랫목은 까맣다.
한 소금 잠자기를 청하면
어릴 적 엄마 품속에서 젖 빨며 잠이 들던 꿈을 꿀 것만 같고
돌깨 주막집 굴뚝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참봉 집 밥상은
하얀 사기그릇에 술에다, 전에다, 두부에다
하물며 훈훈한 인심까지 거뜬히 채워
격살문 창호에 비친 호롱불에 자꾸만 붉어지는 얼굴
하얀 문풍지 사이로 뉘엿뉘엿 파고드는 서슬찬 겨울밤에
군불 지핀 따끈한 아랫목에서
할머니가 화롯불에 군고구마를 구워내며
자장가 노래처럼 들려주던 그 옛날 적 이야기가 그립구나.
11.1.23
(송참봉 조선동네 가는길:전북 정읍시 영원면 장재리 1307, 숙박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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