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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공의 기술 / 시; 김경선 ♧

by Danpung ! 2011. 3. 24.
    세공의 기술


    -김경선-
    걸핏 흘러내리는 
    말랑말랑하고 짭짤한 맛 
    세끼 너를 밥처럼 먹었다
    너는 가물지 않고 
    저무는 강가에 앉은 물새처럼
    다시 서럽다
    석양에 눌러 앉은 구름 한 조각의 유전자를 기억한다
    왜 하필 생각들은 
    외로운 몸짓으로 부스럭거리나
    뜬금없이 
    가슴에 와서 엎어지나
    머릿결 흐트러진 바람은 불고
    그리움이 나뭇가지에 걸린 연처럼 떤다
    짜디짠 눈물에 말아 찬밥처럼 삼킨 한 줌의 기억
    나는 이제 노련한 세공사
    너를 빚어 흥얼거릴 줄도 안다
    눈물도 세공할 줄도 안다 
         -월간 《우리詩》 2009년 9월호
    

                                     

                                     

                                     

                                     

                                     

                                     

                                     

                                     

                                     

                                     

                                     

                                     

                                     

                                     

                                     

                                     

                                     

                                     

                                     

                                     

                                     

                                     

                                     

                                     

                                     

                                     

                                    <감상>
                                     시를 대분류하자면 재현의 시와 사유의 시로 대별할 수 있을 것이다. 재현의 시란 과거 또는 현재 목도한 어떤 풍경 정황 등을 기재로 채용하여 스케치하는 시일 것인데, 과거를 들춰 미래에 대한 대안을 제시를 하는 시, 대표적인 시인이 김기택이라고 하면 나만의 단견일까? 반면 시인이 말하고자하는 어떤 텍스트(시의 골격)에 시인의 숙고를 덧입히는 시를 사유의 시라고 한다면 대개의 여성시인들은 후자의 풍을 선호하는 것 같다.

                                     

                                      김경선의 시는 사유의 시이다. 너라는 주제어를 가지고 시인의 생각을 데커레이션하였다. 시를 읽어내는 열쇠 단어가 너인데 그럼 너는 누구인가? 너는 너이기도 하고 나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너는 나이기도 한 이 시의 주제는 무얼까? 인생, 사랑, 종교, 詩...여러 개의 주제를 입혀 시를 읽어보는 것인데, 내 눈에는 시와 접목함이 적절한 것 같다.

                                     

                                      시인은 ‘걸핏 흘러내리는/ 말랑말랑하고 짭짤한 맛/의 시를 세끼 밥을 먹듯, 먹지 않으면 죽는 밥을 먹듯 쓴다는 것일까, 그 시의 샘은 늘 가물지 않으나 저무는 강가에 물새처럼 서럽고, 외로운 몸짓으로 부스럭거리기도 하며, 나뭇가지에 걸린 연처럼 바르르 떨기도 한다. 그러다 뜬금없이 가슴에 와서 엎어지기도 하는 시여! 시인은 짜디짠 눈물에 말아 삼키는 찬 밥 한 덩어리의 서러운 마음으로 시를 쓰는 것이다. 넉 잠을 잔 누에가 고치를 짓는 법. 잠에서 깨어난 시인일까, /너를 빚어 흥얼거릴 줄도 안다/ 눈물도 세공할 줄도 안다/는 김경선 시인이여, 그녀는 노련한 세공사다.

                                     -조삼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