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가 내게 ... 문병란
내 생의 고독한 정오에
세 번째 절망을 만났을 때
나는 남몰래 바닷가에 갔다.
아무도 없는 겨울의 빈 바닷가
머리 풀고 흐느껴 우는
안타까운 파도의 울음소리
인간은 왜 鄙陋(비루)하고 외로운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울려야 하고
마침내 못다 한 가슴을 안고
우리는 왜 서로 헤어져야 하는가.
작은 몸뚱이 하나 감출 수 없는
어느 절벽 끝에 서면
인간은 외로운 고아.
바다는 모로 누워
잠들지 못하는 가슴을 안고
한밤 내 운다.
너를 울린 곡절도, 사랑의 업보도
한데 섞어 눈물지으면
만남의 기쁨도
이별의 아픔도
허허 몰아쳐 웃어 버리는 바다.
사랑은 고도에 깜박이는 등불로 조용히 흔들리다
조개껍질 속에 고이는
한 줌 노을 같은 終焉(종언)인가.
몸뚱이보다 무거운 절망을 안고
어느 절벽 끝에 서면
내 가슴 벽에 몰아와
허옇게 부서져 가는 파도소리.
사랑하라
사랑하라
아직은 더욱 뜨겁게 포옹하라
바다는 내게 속삭이며
마지막까지 구석까지 채우고 싶어
출렁이며 출렁이며 밀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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