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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 좋은 글***

탄식|

by Danpung ! 2012. 5. 24.
    <탄식> - 시 : 돌샘/이길옥 - 우리말에 재미가 붙은 갓 네 살 손녀가 그러는데요 자기 친구들은 영어를 잘한다면서 영어 학원에 보내달라고 떼를 쓰는 거예요 자기 엄마가 안 된다 하여 내게 구원을 청하는 거지요 황소 같은 눈에 그렁그렁 맺히는 눈물로 나를 꼼짝 못 하게 옭아매는데 버틸 재간이 없지 뭐예요 우리말이 최고라며 달래도 아니라고 우기고 떼쓰는 바람에 자존심 구겨 넣고 학원 문턱을 넘어서니 고만고만한 또래 얘들이 모여 영어 잔치를 하고 있지 않겠어요 우리말이라곤 씨도 찾아볼 수 없어 다리에 맥이 풀리고 아찔한 현기증이 솟더라고요 딴 세상에 온 거예요 분명 얼굴은 국산인데 말은 수입산 이더라고요 도통 알아먹을 수가 있어야죠 저 어린 것들이 저러다 어찌 될 거나 두려워 덜컥 겁이 나고 무서워지는 거 있죠 우리가 나라를 잃었어도 말을 잃지 않은 덕에 오늘이 있는데 앞이 캄캄해지더라고요 나는 그냥 손녀의 손을 놓고 말았어요 가슴을 쪼개는 천둥 때문이죠 전신에 거꾸로 흐르는 분노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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