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끝에서 당신을 보며
청초靑草/이응윤
당신아
사랑한다며
입술 부드러운 나이지만
사랑의 본체(本體)가 아는 당신만큼
나는 모를 거야
아마, 알기라도 하는 날이면
사랑한다 말조차 못한 채
쓰러질 심장일 거야
당신아
당신의 삶이 고아서
이 가을도 너를 기도하는 것
나는 보았지,
계절로 그 고움 살아
황혼 빛 더 아름다운 나무들
있는 대로 팔 벌린 채
당신의 축복을 빌며,
온 밤을 자라며 아침해 기다린
해맑은 이슬마저
당신가을 가득 담은 망울 되어
하늘 오를 채비구나,
한망울 속에서 빛나는
당신의 가을이다
당신아
당신처럼
한해살이 마음 비워
더 청아(淸雅)한 하늘이,
당신의 눈물과 웃음
어떤 생김새인지 잘 아는
밤과 낮들이
당신의 지난날을
하늘에 추천하는 지금이다
당신아
스산한 가을비에
제 갈곳 떠나는 낙엽들도
슬픔 없는 날들이다
당신아
가을 끝에서 당신을 보면
무슨 색이든 만들어낼
원색(原色)같은 당신을 보며
당신으로 인하여
무슨 색으로든지
나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으로 만들어 지고
또 그렇게 쓰여지고 싶구나
배경음악/Solo Hay Una Para Mi (오직 나만을 위해 있어 주오) - Semino Ro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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