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에 쓰는 사모곡旺林/이민술 섣달그믐 아침 우물가 향나무에 제 설을 맞은 까치가 반갑게 울어 주면 설맞을 준비로 분주하게 아침을 여시던 어머님의 목소리는 간 곳이 없습니다. 문설주에 기대어 눈에 닿을 듯 바라다보이는 선영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다보며 눈물 지울 수밖에 없답니다. 언제나 제일 먼저 일어나셔서 부엌에 불을 밝히시고 당신 손길이 묻어나는 제기며 그릇들을 반짝거리게 닦으시곤 하셨죠. 새벽잠을 깨우던 그 달가닥거리던 소리가 그땐 그리도 귀에 거슬려 이불을 잡아당겨 머리까지 끌어올려다 쓰고는 못 들은 척 귀를 막고 늦잠을 청하는 철부지였답니다. 지금은 당신의 그 음성과 숨죽여 걷던 발소리조차도 내게 있어 그 어떤 오케스트라 화음보다 그립고 듣고 싶습니다. 당신이 떠나시고 처음 맞는 새해가 내일이지만 이렇게 집안이 휑뎅그렁하고 절간처럼 적막이 감도는 것은 당신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가족 사랑과 이웃 사랑이 남달랐기에 늘 찾아오는 사람들 발길로 집안이 장날을 방불케 하여 왁자지껄한 소리는 담장을 넘어 지나가던 사람들 발길마저 붙잡아 분주하기 이를 때 없었습니다. 파장을 맞는 쓸쓸함처럼 이리도 가슴이 저리고 허전하여 아직도 젖 갓 떨어진 어린아이처럼 당신이 보고 싶고 그리워서 몸부림치는 날이 거듭거듭 합니다.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도 자식 사랑으로 유언처럼 내뱉던 말씀은 “내가 가면 너희들 잘 살게 해 줄 것이여!”라는 그 말씀의 여운이 아직도 적막한 집안에 메아리로 울려 퍼집니다. 당신의 자식사랑이 이리도 큰데 어리석은 범부는 이제야 그 사랑을 깨닫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나눠 주신 그 사랑을 가슴에 새겨 사랑을 실천하며 옳고 곧은 삶은 펼쳐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어머니! 2012. 1. 22.(음력 12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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